[목차]

I. Moderato con delicatezza
II. Scherzo
III. Romance
IV. Finale, fantasia

[헌정]

피아니스트 이효주

[위촉]

[작품 해설]

피아노 소나타는 피아노 독주를 위한 두 번째 작품이다. 그의 강점인 서정적 선율미가 전악장에 흐르며, 선법적 색채가 더해져 신선하고 신비롭다. 1악장은 소나타 형식으로 빛과 어둠, 질문과 숙고가 섬세하게 교차하는 감성적 선율로 시작한다. 서사시 같이 한 악장 안에 수많은 이야기를 굽이굽이 풀어냈다. 흩뿌려진 빛, 넘실거리는 물결, 몰아치는 바람 등 상상력을 자극하는 낭만적인 울림으로 가득하다. 2악장은 스케르초로 종횡무진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음의 유희가 특징적이다. 로망스 3악장은 미묘하고도 무한한 음들의 어울림이 펼쳐진다. 머묾과 서둚이 이어지며, 아득하고 아름답다.

내밀한 상상은 피날레 악장에서 환상으로 변모한다. 론도풍으로 쓰인 4악장 판타지아는 생동감 있는 주제와 풍부한 선율미를 가진 대조적인 주제를 중심으로 자유롭고도 대담하게 전개된다. 무수한 느낌을 꾹꾹 눌러 담은 듯한 서정적인 부주제는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 소나타는 1악장의 첫 동기를 4악장의 첫 주제 동기로 변형해서 사용한 것과, 1·2·3 세 악장의 마지막 음을 B♭화음으로 맺음으로써 음악적인 통일성을 성취한다. 4악장에는 확장된 코다가 있는데, 마지막에 고음역에서 섬광 같이 빛나는 C장화음이 울린 후에 격동적으로 휘몰아치며 극적으로 마친다. 이 환상곡은 나른한 꿈이 아닌 치열한 각성으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