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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Magazine] 오플러스 8월,

    • 2020-08-28 15:33:11
    • 202008-O,PLUS-News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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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Magazine] 오플러스 07월,

    • 2020-07-22 11:39:04
    • 202007-O,PLUS-News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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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상반기, 오푸스가 뽑은 베스트

    • 2020-06-26 17:20:00
    •  오푸스가 뽑은 베스트 영상 TOP 3 !기존의 오푸스 공식 유튜브 채널이 더 새롭고 다양해졌습니다.4월부터 꾸준히 선보이며 그달의 업로드 예정인 영상 목록을 담은 유튜브 캘린더와 영상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해설도 꾸준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공식 블로그와 포스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어느덧 다양해지고 양이 풍부해진 오푸스의 유튜브 채널에서 무슨 영상을 봐야 할지 고민되신다면,"추천드립니다,오푸스가 선정한 베스트 영상 톱3!"피아니스트 김정원의<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5번>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들은 한국에서도 정말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곡들인데요, 특히 협주곡 2번은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여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곡 중의 하나입니다. 2번의 도입부 1마디만 들어도 "아 이곡!" 하며 감이 오시는 분들 정말 많으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5번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사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5번은 그의 교향곡 2번을 피아노 협주곡으로 편곡한 곡입니다.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셨던 분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곡이기도 합니다. 원곡인 교향곡 2번도 매우 인기있는 곡이기 때문에 당연히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5번>이 좋을 수 밖에 없습니다.죄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바르톡-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이번 영상은 연주된 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영상입니다, 2019 서울국제음악제에서 죄르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펼쳐진 바르톡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입니다.ㅁ 특히 곡 중에서도 2악장 '쌍의 유희'(9:50)를 강력 추천해 드립니다!스네어 드럼으로 경쾌하게 시작되어 두 대의 바순, 두 대의 오보에, 두 대의 클라리넷, 두 대의 플루트, 두 대의 트럼펫 이어서 장중한 금관의 코랄까지! 쌍으로 나란히 이루어지는 악기들의 구성과 곡의 구성 까지 처음과 끝의 쌍을 맞추어 놓은 작곡가의 유희를 가상해보시길 바랍니다. 베를린 필 12 첼리스트의<피아졸라- 신비한 푸가>마지막 베스트 영상은 베를린 필 12 첼리스트가 2018년 내한하여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였던 곡을 담았습니다, 신나는 탱고 선율과 함께 쉽게 접하지 못했던 첼로의 다양한 기법을 볼 수 있어 매우 새로운 곡입니다. 활로 브릿지 아랫부분을 그어 소리 낸다든지, 첼로의 몸통을 두드리며 타악기처럼 악기를 활용한다든지 등의 다양한 기법들을 주목해주세요! 우리의 귀뿐만 아니라 눈도 즐겁게 해준답니다.준비해온 3개의 영상 잘 감상하셨나요? 협주곡, 관현악곡, 앙상블까지 다양하게 고른 오푸스의 영상들이 여러분들께 클래식 길잡이가 되었기를 바랍니다.오푸스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더 많은 클래식 영상들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상세보기이 포스팅은 오푸스의 네이버 포스트에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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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4월호 오플러스

    • 2020-06-10 14: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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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토벤 알아보기 (리시차가 연주하는 베토

    • 2020-03-21 15:35:14
    • 리시차가 연주하는 베토벤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은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로서 피아노 소나타에 깊은 애정으로 자신의 모든 역량을 아낌없이 쏟아 넣었다. 이렇게 완성된 그의 소나타들은 고전을 완성하고 새로운 시대를 제시한 작품으로써 음악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19세기의 뛰어난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였던 한스 폰 뷜로가 이들을 신약성서로 비유한 것은 적절하다. (구약성서로 비유한 작품은 바흐의 <평균율 피아노곡집>이다.)    발렌티나 리시차는 이번 리사이틀을 위해 베토벤의 초기와 중기, 말기를 대표하는 작품을 한 곡씩 선택했다. 근본적인 고전적 구조뿐만 아니라, 과거에 볼 수 없었던 과감한 극적 표현, 그리고 그 변화를 들려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리시차는 탁월한 서정적 표현력을 지닌 연주자로, 베토벤의 소나타에 담긴 진솔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전한다. 그녀의 연주로부터 베토벤의 인류를 향한 메시지를 듣는 놀라운 예술적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피아노 소나타 17번 라단조, 작품번호 31의 2번 ‘폭풍’Piano Sonata No. 17 in D minor, Op. 31 No. 2 ‘Tempest’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예상치 못한 전개로 그 의미에 대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그중에서도 <피아노 소나타 17번 ‘폭풍’>(1802)은 특히 많은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음악분석의 권위자였던 후고 리만(Hugo Riemann)은 제대로 된 결말 없이 세 악장으로 끝나는 것을 보고 베토벤이 마지막 악장 작곡을 포기했다고 생각했다. 사실 분석으로는 그 의미를 알아내기 어렵다. 각 악장이 제각각이어서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1악장은 펼친화음을 응용한 느린 부분과 휘몰아치는 빠른 부분이 아무런 연결구 없이 맞붙여져 지나치게 대조적이고, 재현부 이전에 길게 늘어진 라르고 레치타티보는 음악의 맥을 끊는 등, 베토벤에게 기대하기 어려운 당돌한 진행으로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렇다면 베토벤은 어떤 이유로 이렇게 극적인 소나타를 쓰게 된 것일까? 베토벤의 비서이자 최초의 전기를 썼던 안톤 쉰틀러(Anton Schindler)는 베토벤에게 이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베토벤은 이렇게 답했다. “당장 셰익스피어의 ‘폭풍’을 읽어보게!” 베토벤의 동시대인들도 이 작품이 어떠한 음악 외적인 시나리오와 연관되어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베토벤의 제자인 칼 체르니(Carl Czerny)는 3악장의 리듬은 말이 뛰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대의 사람들은 대부분 소나타를 빈 고전의 형식에서 벗어나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베토벤의 언급을 실제로 확인해 볼 때까지 무려 100년 이상이 시간이 필요했다. 1934년에 음악학자인 아르놀트 셰링(Arnold Schering)은 이 곡이 셰익스피어의 ‘폭풍’ 중 주요 장면들과 긴밀하게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폭풍 소나타>는 소나타의 탈을 쓰고 문학을 음악으로 표현한 프로그램 음악으로, 낭만음악이 나아갈 길을 제시한 선구적인 작품이었다.  1악장은 소나타 형식이지만, 서로 다른 분석이 존재할 정도로 명확하지 않다. 우선 저음에서 펼친화음으로 상승하는 라르고와 격정적인 알레그로, 그리고 차분하게 마무리하는 아다지오로 이어지는 여섯 마디의 서주를 제시한다. 그리고 알레그로 부분이 확대되면서 라르고 부분에서 파생된 상승하는 네 음의 강한 선율이 저음에서 겹쳐진다. 그리고 이에 대해 고음에서 여리게 응답한다. 이것이 제1주제이다. (서주를 제1주제로 분석하기도 한다.) 이 저음과 고음의 대화가 마치면 제2주제가 고음에서 등장한다. 단편적이고 강렬한 제스처로 빠르게 제시되며, 알레그로 부분과 유사하여 대비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다시 한번 반복된 후, 세 번의 고요한 펼친화음이 연주되고, 제1주제가 재현된다. 그리고 얼마 가지 못해 라르고로 진입한다. 이 부분은 가운데 알레그로가 끼어있지만, 레치타티보 스타일로 반주 없이 연주되는 대단히 독특한 부분이다. 그리고 제2주제가 재현되어 격렬히 발전하지만, 조용히 마무리한다.  2악장도 소나타 형식이다. 1악장과 동일하게 펼친화음으로 시작한다. 제1주제는 대단히 조용하고 느린 서정적인 주제가 연주된다. 그런데 주제의 마무리 부분에서 뜬금없이 한 화음을 강하게 연주한다. 옥타브 간격으로 짧고 빠르게 연주하는 단편적인 제스쳐와 함께 선율을 발전시킨 후, 유연한 반주로 더욱 편안하고 아름다운 제2주제가 연주된다. 발전부는 없으며, 재현부로서 두 주제가 연주되고 1주제에 의한 코다로 마친다.  3악장은 왼손과 오른손을 빠르게 번갈아 연주하는 제1주제로 시작하며, 제2주제는 트릴이 연속해서 등장한다. 체르니가 말이 뛰는 모습이라고 한 것은 이 악장을 두고 언급한 것이다. 이 두 주제로 소나타 형식으로 진행하며, 제1주제를 기반으로 하는 코다로 힘차게 마무리한다.피아노 소나타 23번 바단조, 작품번호 57 ‘열정’Piano Sonata No. 23 in F minor, Op. 57 ‘Appassionata’  <열정 소나타>의 첫 스케치는 1804년에 1, 2악장과 3악장 시작 부분이 오페라 <피델리오> 1판과 함께 기록되어있다. 베토벤의 제자인 페르디난트 리스(Ferdinand Ries)는 마지막 악장에 얽힌 일화를 전한다. 베토벤이 빈 근교의 되블링(Döbling)에서 살았을 때의 어느 날, 함께 산책 중에 돌아가는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다. 그때 베토벤은 입으로 뭔가를 계속 웅얼거리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리스가 그 곡에 대해 묻자, 베토벤은 최근 소나타의 마지막 악장이라고 답했다. 8시가 넘어서야 간신히 집에 도착하고서, 베토벤은 그날 예정되어있던 리스의 레슨을 그만두고 산책 중에 얻은 악상을 기초로 밤새 열심히 피아노를 연주했다. 이 곡은 ‘열정’의 마지막 악장이었다. 베토벤이 되블링에 살았던 때는 1803~04년 즈음이므로, 스케치 했던 시기와 일치한다. 이 시기에 <열정 소나타>가 구체적으로 구상되었을 것이다.  베토벤의 제자이자 비서였던 안톤 쉰틀러는 1806년에 봄에 베토벤이 <피델리오> 2판을 완성한 후, 그해 여름에 부다페스트 근교의 마르톤바샤르(Martonvásár)에 있는 브룬스비크 백작(Grafen Franz von Brunsvik)의 저택에서 단숨에 써내려갔다고 말한다. 하지만 1805년 4월 18일에 마치겠다고 출판사에 편지를 보낸 것으로 보아, 쉰틀러의 이 말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그렇지만 그는 1806년에도 이 곡을 계속 가지고 다녔고, 출판은 1807년 2월에야 이루어졌기에, 브룬스비크 백작의 저택에서 마무리 작업이 있었을 수도 있다. (베토벤이 이곳에서 알게 된 백작의 딸 요제피네는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으로 추측되고 있다.)  <열정 소나타>의 자필보를 선물 받은 피아니스트인 마리 비고(Marie Bigot)의 이야기도 들어보자. “베토벤은 (프랑스군 앞에서 연주하라는 리히노프스키 공의 요구를 거절하고) 슐레지엔의 리히노프스키 공의 저택에서 빈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를 맞아 흠뻑 젖었는데, 그때 이 소나타의 초고도 비에 젖었다. 집에 돌아온 베토벤이 젖은 악보를 비고의 아내 마리에게 보여주었고, 마리는 그 음악에 매료되어 그 자리에서 완벽하게 연주했다. 베토벤은 매우 기뻐했다.” 이 곡은 브룬스비크 백작에게 헌정되었으며, 1807년 2월 18일에 ‘작품 57’로서 빈의 예술공예사에서 출판되었다. 그러다 1838년에 연탄곡으로 편곡되어 크란츠(Cranz)에 의해 함부르크에서 출판될 때 ‘열정’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당시 베토벤은 자신의 이전 작품에 불만을 느끼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겠다는 말을 지인들에게 했었는데, 이 소나타는 그 이상에 한 걸음 다가간 작품이다. 최상의 기교와 풍부한 악상을 넘어, 장조와 단조의 전조가 빠르고 다이나믹도 폭넓게 움직이며 전개 속도도 자주 변하여 긴장과 이완의 흐름이 매우 극적이어서 감상자에게 큰 충격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갑자기 솟구치는 열정, 억제할 수 없는 열망, 엄숙하면서도 진지한 고뇌, 그리고 그사이에 비추는 사랑의 희망 등 다양한 모습의 인간적 고뇌가 엿보인다. 시인 로맹 롤랑이 말했던 “열정적인 마음, 단단한 턱과 위를 노려보는 날카로운 눈빛, 고뇌로 연단된 불굴의 기백이 그대로 전달되는 작품”이라는 표현에 깊이 공감된다. 일설에는 요제피네에 대한 사랑을 담은 것으로 보기도 하는데, 이러한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이 ‘열정’이라는 이름에 공감하여 오늘날까지 ‘열정 소나타’라고 부르고 있다.  1악장 ‘매우 빠르게’는 소나타 형식으로 진행한다. 제1주제는 바단조로 어두운 음색으로 심연에서 퍼 올리듯 저음에서 조용히 시작한다. 그러다 뒤의 절반은 다장조로 바뀌고 고음에서 트릴 등의 빠른 꾸밈음으로 밝고 경쾌하게 마무리한다. 그리고 <운명 교향곡>(1807-08)의 유명한 운명의 주제가 조용히 끼어든다. 단 네 마디의 길이 속에 담긴 상반되는 내용과 운명의 주제는 이 곡이 앞으로 격렬한 갈등을 일으킬 것을 암시한다. 이 두 주제가 얽히며 발전한 후, 곧 서정적이고 부점리듬 위주의 제2주제가 등장한다. 하지만 이 주제는 곧 방해를 받고 절망의 나락으로 미끌어지듯이 고음에서 저음까지 떨어진 후 갑자기 격렬한 최고조에 이르고, 과감한 전조와 음량의 극단적인 대조로 극적 효과를 극한으로 밀어붙인다. 마지막 코다에서 제2주제를 단조로 격렬하게 연주하고 조용히 마친다.  2악장 ‘느리게, 활기 있게 움직이며’는 변주곡으로, 먼저 화음 진행 위주의 평온하고 조화로운 주제를 연주한다. 주제는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각각 한 번씩 반복하여 제법 길이가 된다. 그리고 세 개의 변주곡이 이어진다. 첫 변주는 왼손에서 리듬이 반박자 늦게 맞춰 당김음 효과가 나타나고, 둘째 변주는 오른손이 16분음표 단위로 펼친화음을 연주한다. 셋째 변주는 32분음표 단위로 더욱 빠르게 움직인다. 빠른 펼친화음과 멜로디는 양손을 번갈아가며 바꾼다. 마지막 한 마디의 경과구를 거쳐 쉬지 않고 3악장으로 연결된다.  3악장 ‘빠르게, 지나치지 않게’는 소나타 형식이다. 불안한 감7화음이 천둥을 울리듯 강한 리듬으로 연주된 후 고음에서 저음으로 미끄러진다. 그리고 빠르게 회전하는 음형으로 긴박감을 조성하고, 무엇인가 쫓겨 가는 듯 빠르게 돌진하는 제1주제가 제시된다. 제2주제는 갈 길을 재촉하는 오른손의 빠른 움직임에 왼손으로 선율을 연주하며 제시된다. 마지막 코다에서는 스타카토가 인상적인 새로운 주제로 매우 빠르고 강렬하게 진행하며, 제1주제를 연상시키는 펼친화음 연주에 이어 강렬하게 마친다.피아노 소나타 29번 바단조, 작품번호 106 ‘함머클라비어’Piano Sonata No. 29 in B♭ major, Op. 106 ‘Hammerklavier’  <함머클라비어 소나타>는 1817년 11월에 작곡이 시작되어, 이듬해 가을에 완성되었다. 당시 다른 곡의 스케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베토벤은 이 곡에만 오롯이 집중했다. 그는 “함머클라비어를 위한 대 소나타”(Große Sonate für das Hammerklavier)라는 제목을 붙였으며, 그래서 이 곡은 오늘날 ‘함머클라비어 소나타’라고 불린다. 여기서 ‘함머클라비어’는 영국의 브로드우드 사가 1819년 여름에 베토벤에게 선물한 새로운 피아노를 말하는 것으로 여겨지며, 그래서 이 소나타는 이 피아노를 위한 곡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하지만 베토벤이 이 악기를 선물 받기 전에 이미 1, 2악장이 완성되었기 때문에 온전히 이 악기를 위한 곡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리고 <소나타 28번>(1816)에서도 함머클라비어를 언급하고 있기에, 이 표현이 당시에 새로 개발된 포르테피아노를 일반적으로 지칭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심지어 당시 베토벤은 거의 들을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브로드우드 사의 새로운 피아노의 성능을 정확히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 작품은 고전적인 네 악장으로 구성되어 과거로 회귀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피아노의 음량을 극한으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장대한 음악적 내용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소나타를 교향곡에 필적하는 규모로 확장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서, 피아노 음악이 앞으로 갈 길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 작품 이후 <장엄 미사>(1819-23), <교향곡 9번 합창>(1822-24) 등 다른 장르에서도 거대한 규모를 통해 음악적 숭고를 펼치게 된다. 초연은 1819년 3월 29일 부르크 극장에서 베토벤 자신의 연주로 이루어졌으며, 그해 9월에 루돌프 대공에 대한 헌정사와 함께 빈의 아르타리아(Artaria)에서 출판되었다.  1악장 ‘빠르게’는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으로, 시작과 함께 제1주제를 제시한다. 이 주제는 강하게 연주하는 두터운 화음으로 이루어진 네 마디와, 서정적으로 연주하는 네 마디로 구성된다. 이렇게 하나의 주제에 상반되는 특징이 들어 있는 것은 앞서 <열정 소나타>에서도 본 바 있다. 이러한 두 특징은 음악적 내용을 풍부하게 하고, 악곡 전개에 있어서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낸다. 제2주제는 사장조로 분위기를 바꾸어 고음 위주의 귀엽고 서정적이다. 이러한 주제들이 등장하기 전에 비교적 길게 쉬거나 템포를 늦추기 때문에, 감상자가 주제의 등장이나 형식적 구분을 파악하기가 많이 어렵지 않다.  2악장은 ‘스케르초, 매우 활기 있게 빠르게’로, 리드미컬한 주제를 변주하며 반복하고, 중간의 트리오 부분은 물이 흐르듯 유연하게 옥타브 화음을 연주한다. 마지막 부분은 첫 부분을 재현하며, 끄트머리에 이르러 강렬하게 고조된 후 역설적이게도 조용히 마무리한다.  3악장 ‘느리게, 음을 충분히 늘여서’는 소나타 형식이다. 두 음으로 이루어진 한 마디의 도입을 거쳐 슬픔을 가득 머금은 주제 선율이 연주된다. 이 주제 또한 뒷부분에서 잠시 장조로 바뀌며 희망의 빛을 비추지만, 이내 다시 슬픔으로 돌아온다. 이러한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선율과 분위기 전환은 슈베르트를 예견한다. 제2주제는 장조로 바뀌어 깊은 저음과 고음이 서로 대화하는 독특한 선율을 제시한다.  4악장 ‘느리게... 빠르게-푸가: 빠르게 분명하게’는 템포가 자유롭게 변하는 즉흥적이고 환상적인 서주로 시작하며 트릴 연주로 긴장을 고조시킨 후, 화려한 푸가 주제를 제시한다. 이후 곡을 마칠 때까지 진행하는 거대한 푸가로, 베토벤은 이 악장에 심혈을 기울였다. 베토벤의 뛰어난 실력과 과감한 시도는 유명한 현악사중주곡 <대푸가, Op. 133>에 필적한다. 위대한 예술가의 이 놀라운 향연에 몸과 마음을 온전히 맡기길 바란다.글|송주호(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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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든 알아보기(하이든 키보드 소나타)

    • 2019-12-14 12:17:44
    • 하이든(Haydn 1732~1809)의 키보드 소나타  주변인들에 큰 그늘이 되어준 성품으로 인한 생전의 별명 ‘파파 하이든’ 외에도 그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교향곡의 아버지’, ‘현악사중주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습니다. 어떤 양식의 ‘아버지’라는 평가는 그저 최초의 시도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완벽을 향한 끊임없는 시도로 인해 동시대 뿐 아니라 이후로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 때 받는 월계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그의 영향력은 키보드 소나타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781년부터 10년간 친분을 유지했던 모차르트(W.A.Mozart 1756~1791)나 1792년부터 일 년 넘게 지도했던 베토벤(L.v.Beethoven 1770~1827)은 물론이고 19세기를 풍미한 독일어권 낭만주의 음악가들의 작품에서까지 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이든의 키보드소나타는 1700년을 전후해서 출발한 피아노포르테의 본격적인 발전사와 맥을 같이 할 뿐 아니라 장르의 양식적인 측면에서도 독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하겠습니다. 그의 작품목록은 여전히 발굴 중이거나 진위를 가리는 중이여서 정확하게 언급할 수는 없으나 대략 52곡(Hoboken의 분류)에서 62곡(Christa Landon의 분류) 사이로 현재 알려져 있습니다. 1753~55년 무렵의 첫 피아노작품으로 시작하여 마지막 피아노트리오가 출판된 1797년까지 하이든은 근 40년간 피아노 작품을 지속적으로 작곡했는데 양식의 변화를 통해 시기를 구분해 보자면 대략 10년 단위의 다섯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1753~1764, 1765~1772, 1773~1780, 1780년대, 1790년대)   초기에는 디베르티멘토(여흥을 위한 음악의 의미)나 파르티타(연속적 변주곡)의 두 가지 명칭이 병용되다가 1760년 이후 파르티타라는 명칭은 완전히 사라지지만 디베르티멘토라는 명칭은 1776년까지도 보이는데 소나타라는 명칭은 1771년 Hob. XVI:20번의 육필원고 단편에서 처음 발견됩니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에는 순수기악곡을 일컫던 소나타라는 용어가 이제 차츰 여러 악장구성의 피아노독주곡에 한정되어 쓰이게 되는 무렵입니다. 하이든의 소나타는 주로 3악장구성이 많으나 2악장과 4악장의 구성도 더러 보입니다.   초기 빈 악파인 바겐자일(G.Wagenseil 1714~1777)이나 안톤 스테판(A.Steffan 1726~1797)의 전통을 가져가면서도 ‘하이든다움’이 드러나는 시기는 1765~1768년 무렵으로 오늘 프로그램 중에서는 Hob. XVI:14번(1760~66년 사이 작곡으로 추정)이 해당됩니다. 1773년부터 1780년 사이에는 시대사조인 ‘질풍노도’의 분위기가 드러나는 시기로 오늘 프로그램의  Hob. XVI:23번(1773)과 26번(1773)이 해당됩니다. 1780년대에 작곡된 소나타들은 빈 악파 피아노양식의 표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오늘의 프로그램에서는 Hob. XVI:41번(1784)이 선택되었고,   Hob. XVI:49번(1789~90)을 거쳐  Hob. XVI:50번(1794~95)의 1790년대로 넘어가면 하이든으로부터 음악은 이미 낭만주의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Hob. XVI:14 in D-dur (1760~1766 사이)   이 작품은 1766년 이전에 쓴 것으로 1761년부터 에스테르하치家에서 근무하던 하이든은 1766년 악장으로 승진하면서 이전보다 훨씬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되기 전에 완성된 작품으로 추정됩니다. 초기소나타로부터 벗어나는 과도기의 작품답게 아직은 파르티타적인 면모가 남아있고 함부르크 바흐(C.P.E.Bach 1714~1788)의 ‘다감양식’으로부터 받은 영향도 보입니다.    적당히 빠른 템포의 1악장을 이후의 소위 ‘소나타형식’에 견주어 볼 때 몇 가지 눈에 띠는 특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제시부가 1주제(4+4마디)에서 2주제로 넘어갈 때 전조하는 과정으로 여겨지는 경과구가 으뜸조를 떠나는데 4마디, V7/II 의 부속화음을 통하여 2주제의 조성인 A장조의 V도 화음을 강화시키는데 또 4마디를 씀으로써 주제만큼이나 긴 시간을 할애한 점이 색다릅니다. 그리고 2주제가 들어서야 할 자리에 여전히 경과구적 성격으로 딸림조의 조성확립(4+4)을 확실히 하고 나서야 강렬한 인상의 부이끔화음과 해결을 반복하는 2주제가 등장(4+4)하고 클로징(4)을 보여주는 기법 역시 남다릅니다. 도돌이 후에는 발전부라기에는 조성이 다를 뿐 1주제 여덟 마디를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다시 들려준다는 점도 특이하고, 길었던 경과구의 후반부를 들어내고 2주제를 먼저 들려준 다음 그 들어낸 경과구를 재경과구로 활용하여 재현을 하는 하이든의 ‘편집기술’은 감탄을 자아냅니다.   느린 악장의 역할을 하는 미뉴에트는 순환2부형식의 미뉴에트 사이에 역시 순환2부의 트리오를 끼워 넣었는데 특히 시작동기가 1악장 1주제 동기의 활용인 점은 향후 하이든이 고백하게 될 ‘테마-동기 가공작업’의 서막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미뉴에트가 본론이기는 하지만 Da Capo 하여 다시 돌아오는 점을 감안할 때 대비의 역할을 맡은 트리오의 길이가 오히려 긴 점 역시 하이든의 청중에 대한 배려로 보입니다. 리듬패턴은 못 갖춘 박을 쓰지 않고도 궁정무곡의 본래 리듬강세를 충분히 살려서 이후의 미뉴에트와 구별됩니다.    피날레악장도 1악장 1주제의 축약으로 이루어진 동기로 시작함으로써 각 악장의 유기적인 결합이 완성되는데 아직은 미미하다 해도 하이든이 약 15년 뒤 현악사중주 op.33을 출판하면서 공표한 ‘테마-동기 가공작업’(악구를 작은 동기들로 나누어 다양하게 재조합하는 작업)의 단초가 보인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매우 빠른 템포로 인해 비슷한 동기의 구성을 귀로 찾아내기는 어렵습니다. 제시부에서 딸림조로 전조한 후에는 V도 화음이 명확하게 등장하는 대신 주변을 반음계적으로 장식하는 아르페지오음형이 현란하고 빠른 스케일연주가 더해져 역동성이 강화됩니다. 발전부에서 핵심이 되는 동기는 더욱 다양한 조성으로 등장하며 으뜸조로 주제가 재현되기까지 상당한 시간 동안 반음계적으로 다양한 조를 거치며 각인됩니다. Hob. XVI:23 in F-dur (1773)   1760년대 후반에서 1770년대 초반은 소위 ‘질풍노도’의 문예사조가 음악에 영향을 끼치던 시기입니다. 그의 초기소나타(1766년 이전)에는 주로 유쾌한 정서 가운데 2악장이나 3악장에 미뉴에트가 자리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1766년~72년에 작곡된 일곱 편의 소나타 중 미뉴에트가 포함된 소나타는 두 편 뿐일 정도로 이 시기에 하이든은 보다 열정적인 감정표현에 유리한 과감한 반음계적 화성진행을 시도하면서 어울리지 않는 미뉴에트 대신 서정적이고 느린 악장을 택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1773년 에스테르하치家의 니콜라우스 대공(I세)을 위해 작곡한 6편의 소나타(호보켄 번호 XVI:21, 22, 23, 24, 25, 26으로 분류)에도 XVI:22의 마지막 악장과  XVI:25의 마지막 악장에만 미뉴에트가 들어가 있습니다. 두 악장 구성의 XVI:25를 제외하고는 모두 3악장 구성입니다. 오늘 프로그램에서 연주되는 XVI:23은 Allegro – Adagio – Finale: Presto의 템포로 구성되었는데 이 중 미뉴에트를 대신하는 아다지오 악장이 ‘질풍노도’가 정착된 결과물입니다.    물론 1악장에서도 빠르고 경쾌한 1주제 외에는 반음계적 변화화음을 심심치 않게 마주칠 수 있으나 주제와 전조를 다루는 기법이 Hob. XVI:14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면, 느린 6/8박자로 시종일관 노래하는 2악장은 19세기에 쇼팽이 유행시키게 될 녹턴(Nocturn)의 이른 출현으로까지 확대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보여줍니다. 조성도 같은 으뜸음조인 f단조로 시작하여 A♭ - E♭장조 – D♭장조를 거쳐 A♭장조에 도착함으로써 〚:A:〛부분을 마감하고,  b♭단조의 감7화음으로 시작하는 〚:B:〛부분은 온음계 사이를 더욱 촘촘하게 반음계화음들로 메꾸면서 f단조로 귀환하는데 용케도 점액질과 우울질 사이에서 어느 한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하염없는 흐름이 평온한 여운을 남깁니다.   3악장은 스케르초풍의 매우 빠른 악장인데 하이든은 으뜸조인 F장조에서 ♭ 하나만 없애면 갈 수 있는 C장조를 굳이 반음계화음을 통해 여러 조성을 들려주면서 도달함으로써 기술의 ‘장인’임을 여지없이 드러냅니다. 1악장과 마찬가지로 경쾌한 1주제로 시작하지만 느린 악장에 대한 이질감 없이 해학이 깃든 정서와 심각한 정서를 넘나듦으로 ‘질풍노도’로의 시대변화를 실감케 하는 작품입니다. Hob. XVI:26 in A-dur (1773)   니콜라우스 대공을 위한 6개의 소나타 중 하나인 XVI:26은 Allegro modarato - Menuet al Rovescio - Finale: Presto 의 3악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2악장과 3악장에 비해 비대한 1악장은 XVI:23에 비해 명쾌한 화성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주제를 크게 확장시켜나가는 기법이 1781년에 완성될 ‘주제-동기 가공작업’으로 한걸음 더 다가간 듯 보입니다.   2악장의 로베쇼(Rovescio)는 카논기법 중에서 거꾸로 가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3/4박자 10마디 미뉴에트에 박자마다 번호를 매겼을 때 다음과 같은 순서로 연주한 곡을 (〚: 1-2-3/4-5-6/7-8-9/10-11-12/13-14-15/16-17-18/19-20-21/22-23-24/25-26-27/28-29-30:〛) 한 번 반복 후 두 번 째 반복할 때는 30번째 박자부터 시작하여 반대 방향으로 연주하여도( 즉 30-29-28/27-26-25/24-23-22/21-20-19/18-17-16/...식으로) 자연스러운 음악이 흐르도록 만들었습니다. 이에 따르는 11마디 트리오 역시 같은 방식으로 양 방향으로 연주하도록 작곡되어 반복까지 제대로 두 번, 거꾸로 두 번씩 연주하면 다카포에 의해 미뉴에트로 다시 돌아가 역시 같은 방식으로 연주하고 마칩니다. 마지막 악장은 앞의 두 악장의 노고에 대한 보답인 듯 아주 간결한 화성진행과 명랑함으로 26마디가 순식간에 지나가 유쾌한 정서를 선사하는 곡입니다. Hob. XVI:41 in B-dur (B♭-major 1784)   베토벤과 동년배 음악가인 안톤 라이샤(Anton Reicha 1770~1836)는 1814년 다음과 같이 회고한 바 있습니다: “하이든은 자신의 예술을 끊임없이 연구했다.[...] 40년간 그렇게 많은 작품을 쓰고도 완성도를 견고히 하고자 그는 작곡기법을 가지고 다시 매진하기 시작했었다.“    1781년 하이든은 현악사중주 op.33을 출판하면서 그가 잠재적 구매자들에게 ‘아주 새롭고 특별한 방식으로 작곡된’ 작품임을 공표하였습니다. 즉 ‘주제-동기 가공작업’의 완성을 선보이고 나서 3년이 더 흐른 1784년 하이든은 에스테르하치가의 마리 공주를 위해 3개의 소나타를 작곡하는데 호보켄 번호 XVI:40, 41, 42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둘 다 두 악장으로 구성된 소나타인데 이전까지의 소나타는 하프시코드가 됐건 쳄발로가 됐건 전반적인 건반악기를 위해 쓰였다면 이제는 강약이 훨씬 섬세하게 드러나는 포르테피아노라는 악기를 염두에 두고 하이든이 쓰기 시작한 만큼 전체적으로 강약이나 크레셴도 등의 대비적인 활용이 두드러집니다.   이들 중 오늘의 프로그램인 XVI:41은 Allegro 와 Allegro di molto 의 템포로 작곡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강약의 대비 외에도 모방대위적인 기법, 그 위에 더하여 다양한 변주패턴과 2:3의 분리된 리듬분할에 이르기까지 하이든의 무르익은 작곡기법의 발휘와 함께 고난도의 기교 연습의 효과까지 다 아우르는 곡으로 보입니다.   1악장에서는 특히 이제까지 하이든의 소나타에서 잘 드러나지 않던 뚜렷이 대비되는 2주제의 등장뿐만 아니라 각각의 주제를 확장시키는 규모도 커졌음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또한 발전부의 서두에서 반전의 변화화음을 들려줌으로써 새로운 시작을 환기시킨 뒤 본격적인 발전으로 들어서는 방식과 좀 더 수려해진 코다 등 모차르트와의 상호교류를 짐작케 하는 지점도 눈에 띕니다.   2악장 역시 한 손이 한 손을 부지런히 따라다니는 그야말로 어의 그대로의 푸가적인 수법과 조성적진행의 자연스러운 융합을 통해 연주 이상의 작품논리에 이르기까지 두루 완성된 고전 소나타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Hob. XVI:49 in Es-dur (1789~90)   1790년에 니콜라우스 대공이 사망하면서 하이든은 에스테르하치家의 고용으로부터 놓여나게 되는데 하이든의 창작의욕은 여전하여 피아노의 발전에 부응하여 페달효과가 잘 드러나는 소나타를 쓰는 한 편 1791~92까지 런던에서 진행될 교향곡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이즈음 완성한 소나타 Hob. XVI:49는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인 마리아 안나 에들레 폰 겐칭어(M.A. Edle von Genzinger)에게 헌정되었으나 자필악보에는 ‘안나 예를리셰크 양을 위해 작곡함’이라고 적혀 있다니 바쁜 와중에 벌어진 복수 헌정인지 아니면 불리는 이름이 여럿인 동일 인물인지 확인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Allegro - Adagio e cantabile - Finale: Tempo di Minuet 의 3악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이전의 작품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긴 길이를 자랑합니다. 그러나 이 시대에는 아직 소나타 악장 전체를 세트로 연주해야 한다는 관례가 생기기 전이어서 짧은 곡에 익숙해 있던 청중들에게 부담될 일은 없었던 걸로 사료됩니다. 그래도 하이든은 작가적 시점에서 항상 소나타의 사이클로서의 완결성의 개념을 갖고 있었고 이 점 역시 베토벤에게로 계승됩니다. 다만 하이든은 템포에 있어서 전 악장에 같은 비트를 요구하는 반면(박자의 기본단위가 각각 다름에 주의: 1악장은 4분음표, 2악장은 8분음표, 3악장은 다시 4분음표 기준) 베토벤은 악장 간의 템포를 극단적으로 대비시키는데 더 주력해 나갑니다. 즉 하이든은 기본 박을 잘게 나누는 방법으로 속도를 조절했다면 베토벤은 한 악장 내부에서 조차 감정에 따라 속도를 조절하도록 지시어를 추가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쪽으로 나아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든은 Hob. XVI:49에서 악장 내부에 즉흥성을 강조하는 템포 변화를 지시하고 있는데 특히 1악장의 재현부로 돌아오기 전 유사카덴차부분은 19세기 초반까지도 넉넉히 수용되던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또한 코데타와 코다 직전에 등장하는 베토벤의 운명동기와도 비슷한 동기들은 현악사중주 Op.33-No.2 <농담>에서와는 또 다른 진지한 쉼표들을 요구하면서 역시 즉흥적 해석의 여지를 남깁니다.   구성 면에서 특이한 점은 차분한 인상의 1악장이 2악장으로 이어지면서 진지한 정서를 더욱 심화시킨 반면 미뉴에트 악장을 스케르초 풍으로 재구성하여 마지막 악장에 배치하고 있는 점입니다. 라이샤가 지적했듯이 하이든의 끊임없는 실험을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Hob. XVI:50 in C-dur (1794)   하이든이 2차 런던연주여행시기에 작곡한 피아노소나타 XVI:50은 고음역대가 넓어진 점으로 미루어 하이든의 마지막 소나타로 간주됩니다. 이전의 작품에서는 최고음이 f˝였는데 이 곡에서는 3악장이 끝나갈 무렵 정점을 앞둔 시점에서 사용된 a˝음으로 피아노의 음역이 조금 더 확장된 것을 알 수 있고 따라서 가장 후기로 추정되는 것입니다. 49번과 50번 모두 이제는 이전의 소프라노 음자리표 (C-가온음자리표가 첫째줄 에 위치)로는 덧 줄을 많이 그려야 하니 불편하여 자연스레 높은음자리표로 대체하기에 이릅니다. XVI:50, 51, 52까지 세 개의 소나타는 피아니스트 테레제 얀센-바르톨로치를 위해 작곡된 곡인데 전형적인 빠르고-느리고–빠른 이탈리아풍의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49번과는 달리 각 악장 속에서도 템포의 변화가 추구되며 이전의 작품들과도 다르게 각 악장의 동기의 유기적 연관성이 약화된 대신 1악장에 버금갈 만큼 길어진 2악장의 표현성이 두드러집니다. 1악장과 3악장의 더욱 정돈된 투명한 화성적인 구조는 청중을 배려하는 노장의 내려놓음으로 여겨질 만큼 이제 명실 공히 대중성과 예술성을 아우르는 노련함이 집대성된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해설: 홍 은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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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숭고의 파노라마 : 클래식 음악은 어떻게

    • 2019-12-14 12:10:18
    • 인문학 리사이틀 시리즈를 시작하며   오랜 시간 음악도로서 클래식 음악은 고매한 정신을 담으며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주의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은 달랐습니다. 시장경제의 손에 맡겨진 클래식 음악은 결국 수많은 ‘상품’ 중 하나일 뿐이었습니다. 상품 중에서도 골동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별 의미 없는 상품이었습니다. 현실에 대한 이런 인식은 클래식 음악의 존재 가치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고, 오래도록 지녀왔던 저의 신념을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클래식 음악에는 고매한 정신이 담긴다’는 생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 의문의 답을 찾아,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단순히 과거에 대한 탐구를 넘어, 우리 시대의 클래식 음악에도 유효한 어떤 실마리를 제공하기를 고대하며, 지난 3년간 18-19세기 여러 사료들을 바탕으로 ‘클래식 음악’이라는 개념이 형성된 시대와 그것을 둘러싼 지성사의 담론을 연구하였습니다. 여전히 그 연구는 갈 길이 멀지만, 그간의 고민들을 담아 ‘인문학 리사이틀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인문학 리사이틀 시리즈’는 클래식 음악의 기반이 된 인문학적 사유에 대한 이야기를 구체적인 음악작품과 함께 들려드리는 세미나 형식의 음악회 시리즈로, 약 7회 정도의 리사이틀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 작은 시작을 이렇게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허효정의 인문학 리사이틀 1.   숭고의 파노라마: 클래식 음악은 어떻게 ‘숭고’해졌는가?   이번 연주회 ‘숭고의 파노라마’에서는 “클래식 음악은 어떻게 해서 진지한 음악이 되었는가?”에 대한 단서를 유럽 근대 철학의 숭고담론에서 찾아보고자 합니다.   토크 1 “클래식 음악"과 근대철학의 숭고담론   ‘클래식 음악’이라는 개념은 1800년을 전후로 한 시기에 등장하였습니다. 이 시기에 ‘클래식 음악’은 한 편으로는 ‘오래된 음악’이라는 의미, 그리고 다른 한 편으로는 ‘심각하고 진지한 음악’이라는 의미를 아우르는 말이었습니다. 특별히 ‘심각하고 진지한 음악’이라는 의미가 ‘클래식 음악’에 덧입혀지게 된 것은, 당대 유럽 지성계에서 벌어진 숭고에 대한 논의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숭고에 대한 담론은 클래식 음악의 외관(음악어법)과 내면(정체성)이 형성되는 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음악이 ‘진지한 것’으로 변모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을 제공합니다.   토크 2 버크의 숭고이론, 그리고 클래식 음악의 어법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 버크(Edmund Burke, 1729–1797)의 저서 『숭고와 미의 이념의 기원에 관한 철학적 탐구 (A Philosophical Enquiry into the Origin of Our Ideas of the Sublime and Beautiful), 1757』로 숭고에 대한 논의는 큰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두려움을 숭고의 근원으로 보는 버크의 숭고 이론으로 인해, 숭고는 미와는 구분된 이분법적 범주를 형성하며, 나아가 음악이라는 장르의 표현적인 용량을 넓힙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음악이 가벼운 유희를 넘어 진지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게 되는 바탕이 됩니다.   연주 1 Franz Liszt Aprés une lecture du Dante-fantasia quasi sonata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는 스위스, 이탈리아 등지를 여행하며 받은 인상을 음악에 담아 <순례의 해(Années de Pèlerinage)>라는 작품집을 남겼습니다. ‘단테 소나타’라고도 일컬어지는 Aprés une lecture du Dante-fantasia quasi sonata은 총 3권의 <순례의 해> 중, 제 2권인 이탈리아 편에 들어있는 곡으로, 단테의 『신곡(Divine Comedy)』이 그리는 지옥, 연옥, 천국의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거대함, 어두움, 불규칙성과 같은 요소들이 버크의 숭고이론 이후 어떤 모습으로 음악에 등장하게 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넓은 범위의 극적인 표현을 담으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증 4도 진행의 첫 모티브와 반음계 진행의 두 번째 모티브를 가지고 곡 전체를 통해 주제를 변형(thematic transformation)함으로써 유기체적인 구조를 쌓아가는 작품입니다.   Intermission   연주 2 Shinuh Lee(이신우) Chorale Fantasy No. 5 The Beatitudes “Blessed are the poor in spirit”(초연)   마태가 쓴 복음서 5장에 나오는 8가지의 복에 대한 구절 중 첫 번째 구절인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를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숭고 담론의 역사에 있어서 근대의 수많은 문필가들이 ‘단순함(simple)’을 숭고의 중요한 요소로 꼽았습니다. 이 곡은 숭고의 여러 스펙트럼 중 ‘단순함과 낮춤에서 오는 숭고’, 그리고 나아가 토크 3에서 나누게 될 ‘후밀리스 에트 수블리미스’를 표상하는 작품입니다.   토크 3 또 하나의 숭고, 후밀리스 에트 수블리미스   ‘후밀리스 에트 수블리미스’는 가장 높은 존재가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온 것을 일컫는 표현으로, 17세기 후반의 네덜란드를 비롯한 여러 전통에서 숭고의 진수로 여겨지던 것입니다. 같은 시기 주류였던 프랑스의 숭고담론과는 전혀 다른 지향점을 보여주는, 또 다른 빛깔의 숭고입니다.   토크 4 칸트의 숭고이론, 그리고 클래식 음악의 정체성   18세기 말, 숭고에 대한 논의는 칸트(Immanuel Kant, 1724–1804)의 『판단력 비판(Critique of Judgment, 1790)』으로 다시 한 번 큰 변화를 겪습니다. 칸트는 숭고를 무한성이라는 개념과 연결하고, 숭고의 매커니즘을 인간의 인지능력이 지닌 한계와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으로 설명합니다. 이와 같은 칸트의 숭고이론은 음악어법에 영향을 주었을 뿐 아니라, 나아가 관념론자들의 논의를 통해 음악의 정체성을 철학과 같은 것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연주 3 Robert Schumann Humoresque Op.20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의 유머레스크는 기쁨과 애잔함, 진지함과 쾌활함을 아우르는 작품입니다. 장 폴(Jean Paul)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였던 요한 파울 프리드리히 리히터(Johan Paul Friedrich Richter, 1763-1825)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리히터의 소설이 그러한 것처럼, 서로 무관해 보이는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 독특한 구조와 감성적이면서도 역설적인 해학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대조적인 감정과 삽화적(episodic) 구조는 당대의 철학이 진리를 추구하던 방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습니다. 음악을 통해 무한의 세계에 닿고자 했던 낭만주의자들의 신념이 투영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글 허효정허효정_자료 참조 및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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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29 19: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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